요즘 필사노트에 꽂혀서 이것저것 샀다. 처음엔 입문용 만년필 산 김에 글씨나 써 볼 목적이 컸는데 이게 베껴 쓰다 보니 다른 욕심이 난다.
삶에 좀 도움이 될만한 구절이라든지, 디자인이 예쁘다던지..시집 같이 예쁜 문구라든지..
아무래도 이런 글은 필사라고 해도 오지게 감성이 자극 될거 같기도 했고,
문체를 좀 모방해서 연습해 본다는 느낌도 있어서..결국 이런 걸로 두 권을 샀다가..



니체, 쌩떽쥐베리 어린왕자...펼치고 써보니 니체의 문구는 영 와닿는 글귀가 없다. 인터넷이나 영상으로 봤을 땐 상당히 멋진 문구들이 많아 보였건만.. 편집자가 잘 엮지를 못했거나, 내가 현재 거기에 맞는 상태가 아니거나 둘 중 하나겠다.... 고전이라 생각해서 손이 잘 안 가게 됐는데 정식으로 한번 읽어보긴 해야겠다는 생각..
영문판 어린왕자는 그림책 같아서 보기에는 좋은데 언어가 달라서 그런지 왠지 캘리그라파 연습한다는 느낌만 든다. 그냥 한글판을 구입할 걸 그랬나??

그러다가 찾은게 성경묵상 필사일기. 이 노트가 상당히 마음에 든 게 편집을 굉장히 잘했다.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 구분을 해서 거기에 알맞은 짧은 성경구절을 하나씩 집어넣었다. 프롤로그에는 이 노트의 사용법이라고 간단히 설명을 해준다.

가장 마음에 든 건 현재 내 상태에 따라 성경구절을 찾아볼수 있게 나눈 점이다. 비신자도 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교인이라도 오랫동안 말씀에서 손을 떼었다면 가볍게 다시 묵상하고 기도를 시작해 볼 만한 노트다.

사실, 난 - 신자라고 말하기에도 창피한 수준의 - 개날나리 크리스천이긴 하다.
교회 안나간지 어언 10년이 다되어간다. 몇 년 전에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에서 이사를 했던 것도 크고, 다니면서 겉핥기식으로 훑어본 성경도 나랑 너무 안 맞았다. 최근에는 한국교회가 너무 이상하게 변질이 된 것도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 안 가는 목사들이 대중들 앞에 나와서 선동을 하고 자기가 예수님 하고 동격이라 외쳐댄다. 그런 목사를 하나님처럼 숭배하고 따르는 사람들은 대체 또 뭔지. 우상숭배가 따로 없다. 교회를 대형화하고 아들들한테 세습을 하질 않나. 한학자나 이만희하고 다를게 뭐야??

올해 2월달에 회사에서 짤리고 거의 반년을 혼자서 지냈다. 미혼에다가 만날 사람도 없다 보니 정말.. 농담이 아니라 하루 동안 말 한마디 안 하고 지내는 시간이 부지기수다. 부모님 다 돌아가시고 하나 있던 형제도 사고로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난지라, 무작정 찾아가서 등 대고 누울만한 혈연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건 타고나길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거. 성향 자체가 원래 좀 그런 편이다. 살면서 외롭다는 생각이나 느낌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다.

택배로 온 잉크 몇개와 이 노트를 갈무리하고, 무슨 내용이 있나 궁금해서 소파에 앉아서 펼쳐봤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평소 책 읽는 습관대로 주루룩~~~~ 한 장 한 장 흩날리는걸 아무 데나 짚는다.
눈에 들어온 페이지, 그리고 첫 문장..
그건 저 사진 속의 이사야 41:10절이었다. 이상했던 것은 저 문구를 읽는 순간의 내 감정이었다. 갑자기 울컥하면서 무언가가 복받쳐 온다... 그냥 눈물이 줄줄줄줄줄~~~~~
참... 지금 생각해도 희한하고, 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다시 돌아봐도 굉장히 쪽팔리다. 그런데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문득 든다. 겉으로야 나야 뭐 원래 그런 인간이니까 하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실상은 사람이 꽤 그리웠던 모양이다.
신앙인이 옆에 있었다면 주님이 너를 다시 찾은거야 라는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기도란 걸 다시 해봤으니까. 중요한 건 누군가가 나를 굳세게 하여 주고 끝까지 옆에 있어 주겠다는 저 한마디였다. 그게 나한테는 정말 필요하고 듣고 싶은 말이었다. 종교를 떠나서 뭐가 되었든지 간에 말이다.
묵상이란 건 가만히 앉아서 말씀을 되새겨 본다는 의미다. 꼭 성경의 말씀이 아니어도 괜찮다. 무엇인가 나를 울리는 것을 찾아서 조용히 음미해 보는 것, 나처럼 폭발적인 감정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그 자체로써 훌륭하다. 아니라고 믿고 살아왔던 삶의 순간에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시흥에 돌싱인 친구가 혼자 사는 데 오늘 전화나 한통 해봐야겠다. 주말에 만나서 술이나 한잔 하자고.
이 놈도 어차피 가정이 없는(?) 놈이라 나만큼 그런시간은 자유로우리라. 만나서 시답잖은 수다나 떠들어대고, 아재들의 게임인 스타나 한판 해야지. 아 맞다.. 디아블로 레저렉션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댔는데 시작했는지도 궁금하네. 악술 만렙에 장비를 다 맞춘 게 이 몸인지라... 뉴비, 넌 눈이 휘둥그레질 거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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