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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렇다고

요즘도 논술시험이 있나??

by theship 2026. 7. 12.

다른 장르의 책은 뭐 없나? 하고 도서관 서고를 뒤지다가 생각과 논술이라는 고등학생들 교재가 눈에 들어왔다.

잠깐 빼서 목차를 읽어봤는데 꽤 괜찮아 보여서 자리에 앉아서 앞부분 50 페이지 정도를 본 거 같다.

이게 언제 나온 교재지?? 보니깐 발행년도가 2006년이다. 20년된 교재다. 요즘도 논술시험이 수능에 있나??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건 시험에 나온다는 문제의 지문을 보고나서다. 어이구 이런 걸 고등학생 애들이 읽고 독해를 하고 자기 주장을 펼친다고? 그것도 20년전에??

지문 형태가 문학작품도 나오긴 한다는데 대부분 설명문이나 논설문 형식이다. 뭐, 이런 형태가 테스트에 적합한건 맞긴 맞지. 그런데 이거 난이도가 보통이 아니다. 고려대 시험에서 나왔다는 제시문을 읽어봤는데 한 10분은 계속 본 거 같다. 딱 3문단의 짦은 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와......난독증 걸리겠네..

이걸로 논술시험쳐서 고려대 들어간 애들의 정신적 사고수준은 대체 레벨이 어느정도 인거야?? 어휴...내가 늙어서 머리통이 똘빡이 되어간다지만 이건 그 나이때 애들이 생각하기엔 좀 심하지 않나?

 

교재의 내용은 꽤 알찼다. 저술하신 분을 보니 당시 메가스터디에서 이름 좀 알려진 강사이기도 했고.

내게도 도움되는 내용들이 많긴 했다. 글을 펼치는 사고의구조, 방법, 논거는 어떻게 제시하는 가?, 글을 읽을 때에 필수사항, 어떻게 독해해야 하는지. 좋은 논술은 어떤 내용이라든지. 그런데 읽다보니 졸음이 와서 도저히 못읽겠다. 아무래도 지금의 난 시험 칠려고 공부하는건 아니다가 보니 점수받는 학습서의 내용이 잘 맞지는 않는거 같기도 했고. 아무튼 절반도 못읽고 서고에 다시 반납했다.

 

이런 기술서는 확실히 알아두면 좋긴하다. 꼭 시험이 아니더라도 읽고 쓰기의 기본이 되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배우는 학생시절에는 익혀야 할 중요한 학습인건 맞다. 그런데 읽는 내내 알게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던 이유가 있다. 사실 뭔가를 보거나 읽거나 듣고서 생각이 생긴다는 건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분야라야 가능한 부분이다. 이게 개인적인 경험으로 인한 논거의 오류(?)일 수도 있지만 나같은 경우는 그랬다. 

고등학교 때 부터 헤비메탈에 미쳤었다. 록의 역사를 꿰차고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들의 음악을 듣고 스스로 개똥철학을 만들었다. 동인천에 있는 심지에서 죽때리며 커트형을 그리워 하기도 했고, 음악은 취미로 하는게 절대 아니라고 엔터테이너로 포장한 연예인 가수를 비판하기도 했었다. 조영남을 인간적으로 싫어하긴 하지만서도 순위 메기는 음악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주장은 적극공감했다.

이런 혼자만의 생각을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쳐가며 써내려갔던 그 시절의 일기장과, 같은 부류의 양아치(?)들과 진탕 퍼마시며 싸워댔던 순간들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 이런 것들에 대해서 논술이라는 도구를 빌려 쓰라고 했으면 100 페이지도 넘게 갈겨댔을꺼다.

 

 

논술이라는건 생각 쓰기의 기술이다. 생각이라는 걸 하려면 경험이 전제 되어야 한다. 저 나이에 경험이라는게 얼마나 되겠나? 

생각쓰기의 기술을 알려주기 이전에 다양한 경험을 접하는 걸 먼저 해줘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게 뭔지, 관심이 가는 건 뭔지 그런거부터 알아야지. 이것저것 다 만나보고 이것저것 손도 대보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도 뛰어들어 보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 선택의 폭이 넓어지지. 뭘 좋아하는 지, 뭘 하고 싶은 지도 모르는 애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나.

너무 현실에 안맞는 소릴 해대는 것 같지만 이건 어른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아무리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쩌들어서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방향은 저렇게 잡아 나가야 한다.  50이 넘어서도 뭘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애들까지 그렇게 만들어야 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