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왜 카페에서는 집중이 잘 될까.

by theship 2026. 7. 5.

집이 30평 정도 되는 아파트다.

동네가 깨끗하기에 계약해서 살고 있는 집인데 이게 살아 보니 생각보다 꽤 크다.

방 3개 화장실 2개. 4인 가족에 딱 최적화된 구조인데

문제는 난 혼자 살거든. 

처음에는 침대방, 거실에 TV , 소파, 컴퓨터방, 옷방. 요렇게 구분 짓고 나름 흐뭇해했다.

그런데 웬걸 한 5년 살아보니 생활공간은 딱 두 군데로 좁혀짐.

밥 먹는 식탁이 있는 주방, 그리고 거실.

물론 응가하고 씻는 화장실도 있긴 하지만, 발자국 찍혀 있는 거만 봐도 동선이 드러난다.

퇴근하면 씻고 밥 해 먹고, 소파에서 TV 보다가 - 혹은 누워서 휴대폰 보다가 잠이 든다.

방 3개랑 화장실 1갠 거의 뭐 창고 수준이 된 지 오래.

 

이건 뭐 다람쥐 쳇바퀴가 따로 없다. 출근해서도 같은 일의 반복이지만 퇴근해서도 똑같음.

어느 날 너무 한심하단 생각이 들어서 정말로 오백만 년 만에 책을 샀다. 책 읽는 좋은 습관 하나 마련해 보려고. 

그런데 몇 페이지 읽고 나서 나중엔 책이 행방불명됨.. 어디 있는지 도무지 못 찾다가 한참 뒤에 청소하다가 소파 밑에서 발견했다. 저게 왜 저기 있냐?? 

 

이 책을 사서 완독 한 게 아마 1년만 일거다. 그거도 어디서 다 읽었냐?  스타벅스에서다. 혼자 커피 마시기 뭐해서 폼으로 들고 갔는데 희한하게도 술술 잘 넘어가더라고.

 

행방불명되었다가 돌아온 책..

오늘 리뷰할 책이다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

앞서 장황하게 떠든 이유가 사실 여기 나오는 키워드랑 상관이 좀 있어서 그랬다. 이해해 주시길~

개인적으로 눈에 확 들어오는 부분이기도 했고 돌이켜보면 저 상황이랑 딱 들어맞았거든.

 

환경이 행동을 결정한다

 

 

 

소파는 TV 보다가 잠을 자는 장소였다. 혹은 누워서 쇼츠를 보거나. 

그런 데서 책을 보려고 하니 조금만 엇나가도 옆에 있는 TV 리모컨이나 휴대폰에 먼저 손길이 간다. 잠깐 쉬었다가.. 하는 순간에 늘 하던 일 - TV, 휴대폰 -에 빠진다.

왜 그럴까?

 

" 누군가에게는 소파가 매일 밤 한 시간씩 책을 읽는 장소가 된다. 또 누군가에게는 퇴근 후 아이스크림 한통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똑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하는 행동도 달라진다. 우리의 마음은 행동(습관)을 집, 사무실, 체육관같이 그 행위가 일어나는 장소에 연결한다. 각각의 장소는 특정 습관이나 일상 행위들에 연결되고 강화된다. 우리는 책상, 주방 조리대, 침실에 놓여있는 용품과 특정한 관계를 맺는다. " -본문-

 

널브러진 리모컨 2개, 휴대폰, 바로 보이는 게 커다란 49인치 TV..

저거 보다가 자는 공간.

거실이란 곳은 휴식의 조건에 최적화된 장소였던 거지. 

책을 읽는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엔 유혹의 지뢰밭이 너무나도 끝내줬어.  

 

 

현재의 환경을 다시 설계하거나 배치해 보라. 일하고, 공부하고, 취미 활동을 하고, 요리하는 공간을 분리하라. 유용한 주문은 ' 한 공간에서 한 가지 일 ' 만 이다. 

 

 

" 가능하다면 한 가지 습관이 일어나는 맥락을 다른 것과 섞지 않도록 할 것. 맥락들을 뒤섞으면 습관들도 뒤섞인다. 그러면서 그중에서 더 쉬운 일을 하게 된다. " - 본문 -

 

이야~~ 어떻게 나랑 상황이 딱 들어맞냐?? 아마 그래서 이 내용이 머릿속에 박혔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카페에서 책이 의외로 술술 들어왔던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 쉽다. 과거의 신호들과 맞서 싸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 새로운 환경에서는 습관을 바꾸기가 쉽다. 우리가 현재의 습관을 계속 이어 가도록 몰아가는 촉매들과 신호들에서 탈출하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특정 패턴을 떠올리게 하는 현재와 관계된 것, 일상적인 일을 하는 장소에서 나와라. " -본문-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기에 스벅은 어쩌다가 한번 가는 장소였다. 집에서 보이는 쓰레기 난잡 짬뽕 아이템들도 안 보이고 아는 사람도 없고. 리모컨 같은 물건도 없다. 평소의 환경 밖으로 한 발자국 나가버린 거다. 늘 하던 행동이 답습이 안된다.

이게 이유라면 이유일까? 확실하진 않지만 무음으로 꺼버리고 가방 속에 넣어 둔 핸드폰과 눈에 보이는 건 블랙커피, 노란 표지의 이 책뿐이었단 거다. 희한하게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최근에 두 가지 정도 바뀐 게 있다,

일단 거실 환경. 그리고 컴퓨터가 있는 서재(?).

거실은 티비에 커버를 씌워버렸고 소파에 있는 이불 나부랭이를 침실로 치워버렸다. 앉은뱅이책상을 놓고 연필꽂이, 아이패드를 올려놨다. 컴퓨터실에는 게임기, 플스패드, 조이스틱 다 박스에 넣어서 봉인시전. 책꽂이 정리를 다시 했다. 한마디로 거실은 앉아서 전자책이나 종이책 읽는 공간으로, 컴퓨터실은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공간으로 세팅을 한 거다.

좀 나아졌냐고??

응.. 그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시도는 했고, 읽기와 쓰기 매일같이 하고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내 의지를 너무 믿지 않기로 했다. 이건 이 책에서도 자세하게 다루는 부분이기도 한데 - 목표를 세우지 말고 시스템을 개선하라 -  일단 마음에 와닿는 이 한 가지만 얘기하고 싶다. 이것만 얻었어도 이 책에서 충분한 걸 받았다고 생각한다.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읽어 보시길..)    

 

일본의 유명한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그의 저서 난문쾌답에서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인간이 바뀌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첫 번째 시간을 달리 쓰는 것, 두 번째 사는 장소를 바꾸는 것, 세 번째 만나는 사람을 바꾸는 것.

의지를 쥐어짜는 게 아니라, 시간·공간·사람이라는 환경을 바꿔서 내가 저절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 

결국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일 아니다. 최소한 결심을 다지는 것보다는 훨씬 오래간다.

게을러터진 나 같은 인간도 하는 걸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